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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첨성대 야간조명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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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0-11-0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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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경관 조명은 한 도시의 밤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어떤 조명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도시의 품격이 달라지기도 할 만큼 경관조명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유럽 대부분의 관광도시들은 오래된 건축물이나 유적들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밤이 되면 그 아름다움을 더 도드라지게 표현한다.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경관조명은 따뜻하고 은은한 백열등이며 대상물을 우아하고 신비롭게 만든다. 야간 경관조명에 가장 실패한 경우는 중국이다. 예컨대 중국의 역사도시 시안의 명나라 시대의 성곽은 그 윤곽을 따라 요란한 스트리밍 조명을 달아뒀다. 밤에 보면 성곽의 모양새는 밝게 드러나긴 하지만 깜박이는 조명이 촌스럽고 유치하게 다가온다. 최소한 400년이 넘은 성루가 마치 유흥주점 입간판처럼 명멸하는 모습을 볼 때 그들의 심미안이 얼마나 얕고 가벼운가를 느끼게 한다.
 
  후진국이지만 경관조명을 잘 다루는 나라는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다. 아시아 최대 석조유물들은 밤이면 깊은 밀림 속에서 잠든다. 그러나 하늘이 어둑해지면서 서서히 밝아오는 경관조명은 오랜 시간의 두께처럼 무겁고 점잖다. 아마도 앙코르와트 유적 전체를 발굴하고 복원하고 있는 유네스코가 조명까지도 관장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경주는 신라천년의 유적이 시가지는 물론 곳곳에 펼쳐져 있다. 이 유적들 중 경관조명을 켜고 밤에 보는 가치를 더 높게 하는 경우는 몇 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는 동궁과 월지다. 동궁과 월지는 아름답고 단아한 조명 덕분에 야간 관광 명소 가운데 국내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건너편 월성의 동쪽 사면을 비추는 잔잔한 조명은 천년  전 서라벌의 왕성이 가지는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정말 창피하게 실패한 조명도 있다. 바로 첨성대 야간조명이다. 도대체 누가 착안해서 설치한 것인지 서너 가지 색이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게 해뒀다. 붉은 색과 녹색, 청색의 조명이 번갈아가면서 바뀌는 조명을 달아놓고 최근 3~4년을 그대로 방치해 뒀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 가운데 조금이라도 심미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첨성대 야간조명을 보면서 비아냥거린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첨성대의 가벼운 야간조명에 대해 나무랄 것이지만 경주시는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첨성대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따진다면 그 싸구려 색조명으로 노출하는 것이 얼마나 안일한 유적 관리인가를 느낄 것이다. 경주시가 이참에 첨성대 야간조면 뿐만 아니라 전체 야간조명에 대해 그 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반드시 듣고 일제히 품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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